일제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청구의 소멸시효기산점이 2012년인지 2018년인지를 두고 법원내에서도 엇갈린 해석이 계속되고 있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부장판사는 강제징용피해자 고 정모씨의 유족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일본제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12년 대법원판결에 따라 2019년 4월에 제기된 이번 소송의 소멸시효가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이 강제징용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함으로써 피해자들의 권리행사에서 장애사유가 해소됐기 때문에 이 시점부터 3년까지만 청구권리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 강제징용피해자유족 5명이 미쓰비시마테리아루(전미쓰비시광업)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소멸시효도과를 이유로 원고패소판결한 바 있다.
유족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전범진변호사는 광주고법판례를 언급하며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판결은 잠정적인 판결이어서 항소심에서 충분히 다퉈볼만하다고 생각된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다.
광주고법은 지난 2018년 12월 강제징용피해자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2018년 10월30일 대법원전원합의체에서 확정 판결을 내린 시점에서부터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김영환민족문제연구소대외협력실장도 이번 판결에 대해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2018년 대법원전원합의체선고도 있었으니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법농단의혹 중 강제징용재판지연이 포함된 사실을 지적하며 <사법농단을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