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강제징용피해자의 일본후생연금(직장인연금) 가입사실에 대해 뒤늦게 인정했다.
7일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일본연금기구가 정신영할머니의 후생연금가입을 인정했다>며 일본연금기구의 기록은폐와 절차소홀을 규탄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 3월 피해자들은 일본지원단체를 통해 일본연금기구에 정할머니를 비롯해 미쓰비시중공업으로 동원된 11명의 후생연금가입기록 조회를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연금기구 측은 구체적인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기록이 없다>는 통보를 보내왔다.
이후 정할머니의 연금번호와 창씨개명 등이 적힌 76년전 연금색인표를 확인한 지원단체는 모토무라노부코중의원의원에게 도움을 청했고 8월 모토무라의원은 후생노동성에 재조사를 요구했다.
2개월 뒤 후생노동성은 모토무라의원에게 <전쟁때 후생연금 피보험명부를 소실했지만 <피보험자기록회복기준 사무취급요령>에 따라 정씨의 후생연금 가입을 인정한다>고 회신했다.
정할머니의 후생연금가입기간은 11개월으로 앞서 양금덕할머니의 사례를 봤을 때 정할머니의 연금탈퇴수당도 99엔(약 1040원)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일본연금기구는 규정이 달라졌다며 후생연금수당을 피해자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모임은 <처음에는 기록조차 없다고 발뺌하더니 뒤늦게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일본연금기구의 이번 처사는 무책임함을 넘어 괘씸하기 짝이 없다. 후생연금 기록은 일제에 의해 청춘을 빼앗긴 강제동원 피해자의 목숨값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 수당지급절차에 대해서도 <2014년 김재림할머니 등 4명의 근로정신대피해자들이 대리인을 통해 199엔을 지급받은 사례가 있는데 이번에는 구체적인 반환 절차조차 안내하지 않고 있다>며 <거동조차 힘든 92세 할머니에게 돈 1000원 받기 위해 직접 오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신영할머니는 <일본에서 도난카이 대지진으로 친구들이 죽고 폭격기가 날아올 때마다 숨어서 벌벌 떨던 기억이 난다. 배가 고파 쓰레기통에서 밥을 주워 먹고 바닷가에서 울기도 했다.>며 <일본정부는 우리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끌려간 할머니들 모두 온갖 고초를 겪었다>고 한탄했다.
양금덕할머니도 <일본정부는 사죄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냐. 국민과 언론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시민모임은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정부는 강제동원피해자의 권리회복 문제에 관한 모든 것을 피해당사자한테 떠넘기고 있다. 소송도 피해자의 몫, 후생연금을 찾는 것도 피해자의 몫이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데 도대체 우리정부는 어디에 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