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후미오일본총리가 17일 도조히데키전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또다시 공물을 봉납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야스쿠니신사의 추계예대제(제사)를 맞아 기시다총리뿐만 아니라 각료들의 공물봉납 및 참배가 이어지는 등 일본주요인물의 역사에 대한 반성없는 태도가 반복됐다.
기시다총리는 이날 야스쿠니신사에 <내각총리 대신 기시다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신단이나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라는 공물을 봉납했다. 그는 2021년 10월 총리취임 이후 춘계·추계예대제 기간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고 공물을 봉납하고 있다. 역대 일본총리들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반발을 고려해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대신 공물봉납으로 대신하고 있다.
일본각료 및 정치인들의 야스쿠니신사 직접참배도 이어졌다. 전날 니시무라야스토시경제산업상에 이어 신도요시타카경제재생담당상, 다카이치사나에경제안보담당상은 직접 참배했고 오쓰지히데히사참의원(상원)의장은 공물을 봉납했다.
초당파의원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18일 집단참배할 예정이다. 신도경제재생담당상은 참배후 기자들이 한국과 중국의 반발가능성에 대해 묻자 <내 행동이 외교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일본정부대변인인 마쓰노히로카즈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시다총리의 야스쿠니신사 공물봉납에 대해 <개인자격으로 봉납한 것으로 정부견해를 말할 사항이 아니다>라면서도 <어느나라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위해 존숭(높이 받들어 숭배하는 것)을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앞으로도 이웃나라인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기시다총리가 한국 등에서는 야스쿠니신사공물봉납으로 비판받는 한편, 자국에서는 총리가 고물가현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본네티즌들에 <증세안경>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지지율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시다총리가 저출산, 방위비증액 등 각종 정책을 증세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안경을 착용한 그의 모습을 비꼰 별명이다.
실제로 일본주요언론들이 발표한 이달 기시다내각 여론조사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2021년 10월 출범이래 역대최저지지율을 보였다. 아사히신문 29%, 요미우리신문 34%, 마이니치신문 25%, 교도통신 32.3%, 지지통신 26.3% 등 숫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각 사의 정례여론조사에서 이달 역대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같았다.
기시다총리가 지난달 13일 분위기쇄신을 위한 개각 및 자민당간부인사 단행과 이달 13일 고액헌금 등으로 사회적문제를 일으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하기까지 했지만 일본국민의 마음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가장 크게 피부로 와닿는 고물가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여론조사(14~15일 응답자 1064명)에서 기시다총리가 이달안에 발표할 새로운 경제대책에 대해 <기대할수 없다>는 응답은 69%로 압도적이다.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역대최저지지율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던 기시다총리였지만 이날은 초조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 오전 자민당회의에서 새로운 경제대책 중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책과 관련해 <급부조치 외에 감세 및 사회보장 부담경감 등 모든수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내에서도 기시다총리의 지도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시다총리가 이끄는 기시다파소속 중진의원은 아사히신문에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기시다총리 체제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대될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