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징용피해자유족들이 일본전범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했다.
8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8단독(박진수부장판사)은 강제징용피해자 민모씨의 유족 5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을 마친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게 판결이유로 추측된다>며 <법원의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판결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민씨의 유족은 고인이 지난 1942년 일본 가마이시제철소에 강제로 끌려가 피해를 당했다며 지난 2019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1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법원이 사건마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다르게 적용하면서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 2018년 강제징용피해자 이춘식할아버지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최종승소했지만, 그 뒤에 이어진 다른 피해자들의 경우 판결이 제각각이다.
민법에서는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 및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 권리행사의 장애사유가 제거된 날로부터 3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청구권이 처음 인정된 건 2012년 대법원판결이지만 해당 사건은 파기환송을 거쳐 다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올라와 2018년에 확정돼, 소멸시효를 사건이 파기환송된 2012년을 기준으로 보는 경우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확정판결이 내려진 2018년으로 보는 경우로 나뉘고 있는 것이다.
강제징용사건손해배상소송지원단 임재성변호사는 <형식적인 소멸시효를 가지고 피해자의 권리를 배척하는 것은 법원의 소명을 저버린 것>이라며 대법원에 신속한 심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