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법원이 일제강점기강제징용노동자에 대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강제징용 2차 소송)을 인정했지만, 일본정부는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끝난 얘기>라며 수용불가입장을 밝혔다.
이날 임수석외교부대변인은 <이번에 승소한 피해자들에게도 제3자변제안이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제3자변제해법을 적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제3자(정부)에 의한 변제방식을 법원은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15일까지 법원의 공탁관이 피해자지원재단의 공탁을 거부한 사례는 수원지법(지원 포함) 5건, 전주지법·광주지법 각 2건, 서울북부지법·창원지법·춘천지법 강릉지원 각 1건 등 총 12건이다.
현행법상 제3자가 판결금을 대신 변제할수는 있지만, 강제동원피해자(채권자)들이 정부의 제3자변제를 허용하지 않는 이상 공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재단은 공탁관판단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재단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 재판부는 <강제동원피해자 측이 변제안수용거부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했기 때문에 공탁관이 이를 근거로 공탁불수리결정을 한건 심사권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각 재판부는 제3자변제 자체도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강동극전주지법판사는 <재단은 변제와 관련한 법률상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며 <재단과 피공탁자(강제징용피해자)의 의사가 충돌할 경우 재단의 입장을 우선시킬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법관들은 가해기업이 지금껏 사과없이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점도 주목했다. 강애란광주지법판사는 <위자료는 인격적모욕 등 불법처사에 대해 피해자를 심리적·감정적으로 만족시키는 기능도 있다>며 <가해기업이 불법행위사실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재단이 판결금을 변제한 이후 가해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가해기업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재단측은 각 지방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피해자측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재단이 항고이유보충서를 냈지만 1심 때와 크게 달라진건 없다>고 말했다.